Les Étoiles / Alphonse Daudet (1840-1897)
뤼브룽 산에서 양들을 지키고 있던 시절,
나는 몇 주 동안 사람이라곤 구경도 못한 채,
나의 개 라브리와 양들과 함께 방목지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가끔 몽 드 뤼루의 은자가 약초를 찾아 그곳을 지나가곤 했고,
피에몽의 숯 제조인으로 보이는 검은 얼굴이 얼핏 눈에 띄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말하는 재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산 아래 마을이나 도회지에서 오가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너무 외따로 있었던 까닭에 도통 말이 없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2주일마다 나에게 양식을 가져다주는 우리 농장 노쇠의 방울 소리가
언덕배기에서 들릴 때, 농장 꼬마 아이의 상기된 얼굴이나 늙은 노라드 아주머니의
적갈색 머리쓰개가 조금씩 비탈길에 나타나는 것이 보일 때면 정말 기뻤다.
나는 그들에게 세례나 결혼식 같은 저 아래 마을의 소식들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주인집 아가씨가 어떻게 지내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근방 수십 리에서 제일 예뻤다.
나는 아가씨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갖지 않는 척하면서, 그녀가 파티나 야회(역주;
밤에 열리는, 사교를 목적으로 한 무도회에 자주 가는지 여전히 신사들이 그녀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모여드는 지를 알아내곤 했다. 그리고 산의 가난한 양치기인 나에게
그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내 나이 스무 살이었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일생 동안 보았던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내가 2주일치 양식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매우 늦게까지
도착하지 않는 것이었다. 늦은 아침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특별 미사 탓이구나'
그리고 점심 때쯤 소낙비가 내렸다. 그래서 다시
'길이 나빠 노새가 길을 떠나지 못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침내 오후3시경에 하늘이 개이고 산이 물기와 햇빛으로 반짝일 무렵,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넘쳐 흐르는 골짜기의 물소리 사이로 노새의 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부활절의 큰 종소리만큼이나 경쾌하고 활기찼다.
그런데 노새를 끌고 오는 사람은 농장의 꼬마도 늙은 노라드 아주머니도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지 알아 맞춰보시라! 그것은 바로 우리 아가씨였다!
우리 아가씨가 버들가지로 만든 양쪽의 자루 사이에 똑바로 앉아,
산 공기와 소나기로 한층 더 싱그러워진 산 모습 때문에 얼굴이 상기된 채 몸소 나타난 것이다.
농장의 꼬마는 병이 났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휴가로 자식들 집에 가셨던 것이다.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노새에서 내리면서 나에게 이 모든 것을 알려주었고.
또한 그녀가 길을 잃어 이렇게 늦게 왔노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꽃모양의 리본과 화려한 스커트를 입고 레이스 달린 나들이옷을
곱게 차려입은 그녀를 보니, 덤불 속에서 헤메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어느 무도회에 갔다가 늦어진 것처럼 보였다.
오, 얼마나 귀여운 사람인가!
나의 눈은 아무리 그녀를 바라보아도 피로한 줄을 몰랐다.
사실, 나는 그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다. 겨울에 양떼들이 평지로
내려가 있는 동안에, 내가 저녁을 먹기 위해 농장으로 돌아오면 그녀는
하인들에게는 거의 말도 걸지 않고 항상 잘 차려입고는 약간 거만한 듯한 태도로
쌩하니 거실을 가로질러 가곤 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내 앞에, 오로지 나를 위해 서 있는 것이다.
어떻게 내가 넋이 나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구니에서 식량을 꺼내면서 그녀는 주위를 신기한 듯이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예쁜 나들이옷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살짝 들어올리면서, 밤에 양들을
들여놓는 목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내가 잠자는 한쪽 구석 자리와 짚을 깐 양가죽 침대,벽에 걸린 나의
커다란 망토,지팡이,화승총을 보았다.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재미있게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바로 여기가 당신이 사는 곳이로군요, 내내 혼자 있으려면 얼마나
심심할까! 당신은 무엇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나요.....?"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인 아가씨'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렇게 대답했다 해도 결코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음이 두근거림이
너무도 커서 나는 한마디의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나의 이런 마음을 눈치챈 듯했다. 그 장난꾸러기 아가씨는 나를
놀리면서, 내가 난처해하자 재미있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신 여자 친구는 종종 당신을 만나러 산에 올라오나요...?
그녀는 물론 황금의 암염소이거나 아니면 산꼭대기에서만 뛰어다니는
에스테렐 요정일 거야....?"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머리를 젖히고 예쁘게 웃으며 돌아가려고 서두르는 그녀
자신이, 생각지 않게 반짝 나타났다 훌쩍 사라지는 바로 에스테렐 요정 같았다.
"잘 있어요."
"안녕히 가세요,주인 아가씨."
그녀는 빈 바구니를 가지고 떠나버렸다.
그녀가 산비탈 오솔길에서 사라졌을 때, 노새의 발굽 아래 구르는 자갈들이 내
심장 위로 하나하나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소리를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듣고 있었다.
꿈이 깨버릴까봐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몽롱한 채
그대로 있었다.
저녁나절이 되자 골짜기가 파르스름하게 어두워지고 양들이 음매거리며 서로
몸을 부비면서 간이 외양간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리막길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아가씨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아가씨는 조금 전의 그 웃는 모습이 아니라 물에 젖은 채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산등성이 밑에까지 가서 폭우로 불어난 소르그 냇물을
만나 어떻게 해서든 건너가 보려고 하다가 물에 빠질 뻔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어두워진 이런 시간에 농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지름길로 가려고 해도
우리 아가씨 혼자서는 그 길을 찾아낼 수가 없고, 나 또한 양떼들 곁을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를 매우 불안하게 했다.
더구나 근심할 가족들 생각에 걱정은 더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녀를
안심시켰다.
"7월의 밤은 짧아요, 주인 아가씨.... 아주 견디기 힘들진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나는 소르그 냇물에 완전히 젖은 그녀의 옷과 발을 말리기 위해서 재빨리
모닥불을 크게 피웠다. 그러고 나서 그녀 앞에 우유와 크림 치즈를 내놓았다.
그러나 가엾은 아가씨는 몸을 덥힐 생각도 음식을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을 보자 나도 울고 싶어졌다.
그러는 동안에 완전히 밤이 되었다. 산등성이 위에는 뿌옇게 잔광만이 서렸고,
노을이 지는 서쪽 하늘에는 흐릿한 빛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우리 아가씨가
목장 안으로 들어가서 쉬기를 바랐다. 새로 깐 깨끗한 짚 위에 새로 꺼낸
좋은 양가죽을 펴놓고,그녀에게 편히 쉬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문 앞에 앉았다.
사랑의 열정이 내 가슴속의 피를 끓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어떤 나쁜
생각이 목장 안의 한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
보고 있는 양떼들 바로 곁에서, 우리 주인 아가씨가 - 어떤 다른 양보다도 귀하고
하얀 양으로서- 내 보호 아래 쉬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만 했다. 일찍이 하늘이
이처럼 높아 보이고, 별들이 이처럼 빛나 보인 적이 없었다.
바로 그때 살울타리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나타났다.
그녀는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양들이 움직이면서 부스럭거리는
지푸라기 소리를 내거나 꿈을 꾸면서 음매거렸던 것이다,
그녀는 차라리 모닥불 가까이로 오고 싶어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나의 양가죽을
걸쳐주고 불을 돋우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가까이 앉아 있었다.
만약 당신이 이전에 아름다운 별빛 아래에서 밤을 지낸 적이 있다면, 모두가
잠든 시간에 신비의 세계가 적막과 고요속에 깨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때 샘물은 아주 맑은 소리로 노래하고, 연못은 작은 불꽃들에 불을 붙인다.
산의 모든 정령들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나뭇가지가 자라는 소리와
풀이 돋아나는 소리처럼,허공에는 느낄 수는 없는 스침과 소리가 있다.
낮에는 생명체들의 삶이 있고, 밤에는 사물들의 삶이 있다. 그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으면 겁이 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 아가씨는 조그만 소리가 나도 몸을
파르르 떨며 나에게로 바싹 다가 앉았다.
한 번은 저 아래에 반짝이고 있는 연못에서 쓸쓸하고 긴 큰 소리가 메아리치면서
우리에게로 올라왔다. 바로 그 순결한 아름다운 유성이 우리 머리 위를 지나
연못 있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마치 우리가 방금 전에 들은 소리가
별과 함께 별빛을 옮겨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게 뭐예요?"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천국에 들어가는 영혼이에요, 주인 아가씨."
그리고 나는 성호를 그었다.
그녀도 성호를 그었고, 한동안 머리를 하늘로 들고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당신네 목동들이 마법사라는 게 정말인가요?"
"말도 안 돼요. 아가씨, 그렇지만 우리 목동들은 별들과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에
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저아래 평지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잘 알고 있죠."
그녀는 천사의 양치기처럼 양가죽을 두르고 턱을 괸 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별이 많기도 해라! 너무 아름다워요!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은 이 별들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물론이지요, 아가씨.... 자, 보세요, 우리 머리 바로 위의 것이 '성 쟉크의 길(은하수)'이죠,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똑바로 지나갑니다. 용감한 샤를르마뉴 대제가
사라센 사람들과 전쟁을 할 때, 샤를르마뉴에게 이 길을 제시하며
그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준 별이 성 쟉크입니다,
그보다 좀더 멀리 '영혼들의 수레(큰 곰자리)'가 네 개의 빛나는 축과 함께 있습니다.
그 앞에 가는 세 개의 별들은 '세 마리 동물'이고,
그 세 번 째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별은 '마부'입니다.
그 주위로 별들이 비처럼 떨어지는 것이 보이나요?
그것은 하나님이 당신의 집에 데려오고 싶어하지 않는 영혼들입니다....
좀더 아래에 있는 것이 '쇠스랑' 이라고도 하고 '세명의 왕(오리온)
이라고도 하는 별입니다., 이것은 우리 목동들에게는 시계 역할을 하지요.
저 별들을 보는 것만으로 저는 지금 자정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좀더 아래 언제나 남쪽에서 반짝이는 것이 하늘의 횃불인 '장 드 밀랑(시리우스)'
이죠.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이 '세 명의 왕'과 '병아리 우리'와 함께
친구 별의 결혼식에 초대 받았대요.
가장 서둘렀던 '병아리 우리'가 제일 먼저 출발해서 위쪽 길로 갔답니다.
저기 하늘 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저 별을 보세요.
'세 명의 왕'은 더 아래로 가로질러 가서 '병아리 우리'를 따라잡았어요.
그런데 늦잠을 잤던 게으름뱅이 '쟝드 밀랑'은 완전히 처지게 되었지요.
그래서 화가 나 그들을 멈춰 세우려고 지팡이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세 명
의 왕'을 '쟝 드 밀랑의 지팡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나 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은 우리 목동들의 별인'목동 별'입니다.
그 별은 새벽에 양떼들을 내보낼 때나 저녁에 양떼들을 불러들일 때
우리를 비춰주지요. 우리는 그 별을 '마그론느'라고도 부르는데,
그 아름다운 마그론느는 '프로방스의 피에르(토성)'의 뒤를
쫓아다니다 7년마다 그 별과 결혼한답니다."
"뭐라구요! 별들이 결혼이라는 것도 있나요?"
"그럼요,아가씨."
그리고 그 결혼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녀에게 설명하려 했을 때.
나는 싱그럽고 보드라운 무엇인가가 내 어깨 위에 가볍게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졸음으로 무거워진 그녀의 머리가 리본과 레이스의 물결치는 머리카락의
예쁜 사각거림과 함께 내게로 기대온 것이었다. 그녀는 하늘의 별들이 떠오르는 해
때문에 빛을 잃고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전에는 나에게 그런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해준 적이 없었던 이 맑은 밤 때문에 경건한 마음을 가지면서, 그녀가 잠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주위에서 별들은 유순한 양떼처럼 조용히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순간순간 나는 저 별 가운데 가장 곱고 가장 반짝거리는 귀한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나에게로 와서 내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는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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