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젖지 않는 마음 / 나희덕

음악듣는남자 2008. 1. 22. 18:44




젖지 않는 마음 /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