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에서 블랙커피를 / 배옥주 카페 사바나에 앉아 가젤의 눈빛을 읽는다 수사자가 되어 툭툭 바람의 발자국을 털어낸다 바위비단뱀의 혓바닥 같은 찻잔 위로 검은 유목민들이 떠다니고 소용돌이로 끓어오르는 암갈색 눈알들 야자나무 그늘이 내려오는 창가로 말굽 먼지를 일으키며 지평선이 달려온다 성인식을 치른 힘바족 처녀들이 내 두 개의 덧니 사이로 걸어나오고 유두 같은, 검은 향기를 혀끝으로 음미한다 폭풍우 지나간 손바닥 위에 블루마운틴 한 잔을 올려놓으면 대륙의 어디쯤에서 깃털의 영혼이 나부끼고 아라비카 전생의 내가 보인다 하얀 손바닥과 희디흰 눈자위를 가진 처녀가 유르트 같은 찻잔 속에서 어른거린다 이제 막 흑해의 붉은 달이 떠올랐다 배옥주 시인 부산 출생 부산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부경대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