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 다방 / 황진성 난로 위 주전자 뚜껑이 속내를 감춘 욕망만큼 달그락거리고 친절한 금자 씨가 빈 잔마다 커피를 리필해준다 여기가 바로 양지바른 촌 동네, 양촌이라고. 양은 주전자 속 물처럼 언젠가 나도 저리 들끓었던 한때를 추억한다 코를 맞대고 탁자 아래 소곤거리는 낡은 구두들 곰팡이 얼룩진 벽지에 쥐 오줌으로 지도를 그린 천장 깨진 유리창에 추억을 가리듯 붙여 놓은 철 지난 달력을 떼어 내니 양지바른 한 시절 그렇게 가버렸다고 눈발에 갇혀 버린 양촌 다방 깨진 유리창 사이로 성긴 눈보라 꽃이 핀다 황진성 시인 1975년 대전 충남대 수학과 2005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2006년 《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폼페이 여자』 황진성 시인 맨 위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은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양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