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마시다가 / 최옥 언제나 커피포트 뚜껑이 들썩거려야 커피를 끓였다 처음엔 뜨거움에 입술을 긴장시키다가 조금씩 비울수록 빠르게 식어가는 이 커피 한 잔 문득 나를 생각해 본다 비어가는 차 한 잔 같은 나를 내 지나간 날들을 내게도 분명 끓는 물 같을 때가 있었는데 수많은 날들이 잠깐의 열정으로 채워졌다 싸늘히 식어가고 말던 그 순간들 몇 모금의 커피와 몇 가지 생각이 지나가면 이렇게 식어버리는 차 한 잔 같아라 말없이 바라보는 얼룩만 남은 빈 찻잔 홀로 마신 찻잔을 치울 때의 씁쓸함이 입에 맞지 않는 블랙커피처럼 내 빈 잔을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