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순대국과 뭉게구름 / 홍사성 어쩌다 한 번 보고 싶더라도 첫사랑 애인은 만나지 말자 어느덧 절정의 때는 지나 열정도 시들어 희로애락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지만 문득 첫사랑 애인을 만나면 누군들 지나간 날의 쓸쓸함에 대해 절망하지 않으랴 날마다 새롭게 나팔꽃처럼 벙글던 그녀가 순대국집 아줌마가 되어 있다면 혹은 어느 잘나가는 사내의 아내로 살아갈지라도 이제 만나본들 얼마나 서글퍼질 것인가 무슨 말을 할 것이며 또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조금은 그립고 아직 못다 한 말 있더라도 첫사랑 애인은 만나지 말자 잊지는 차마 못하겠거든 황홀한 뭉게구름인양 먼 산에 걸어놓고 그냥, 웃고 살자 홍사성 시인 강원도 강릉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2007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