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외로움으로 내리는 비 / 이채 새털 같은 시간들이 한 움큼씩 머리카락처럼 빠져나가네 숭숭 구멍이 뚫린 가슴으로 삼베 같은 비가 내리고 허옇게 보이는 맨살을 타고 콧잔등이 시큰하도록 불어오는 허무네 지나고 보니 솔바람 같은 세월이었다 싸리비로 빗물을 쓸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뒷모습이 젖어가고 외로움에 차가운 빗물이 서글픔에 뜨거운 눈물이 온기가 다른 두 액체가 하나로 흐르는 속내를 누가 알 것이냐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비오는 거리에서 남겨진 것이라고는 흠뻑 젖은 홀로였을 뿐 고독하더라도 진실이 좋았기에 하늘은 흐려도 맑은 눈을 가지고 싶었고 바람은 추워도 따뜻한 손을 지니고 싶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막다른 골목길에서도 거짓은 싫었지. 그저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