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6

그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 이정하

그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 이정하 조용히 내려와 곱게 흩어지는 햇살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이러한 날이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지요 하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내게 부여된 책임이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있는 자리에 주저 앉고 맙니다 지금쯤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혹, 아침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저 찬란하게 부서지는 아침 햇살을 감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나는 오늘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그 조용한 반짝임이 꼭 그대의 편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잘것없는 나의 글이 힘이 된다니 그 말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요 사실은 그대의 편지가 도리어 저 고운 햇살처럼 나를 눈부시게 하는데 오늘 같은 날이면 다른 것 모두 접어두고서 그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

茶香詩카페 2020.03.03

한 사람을 사랑했네 2 / 이정하

한 사람을 사랑했네 2 / 이정하 한번 떠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강물이 흐르고 있지만 내 발목을 적시던 그때의 물이 아니듯, 바람이 줄곧 불고 있지만 내 옷깃을 스치던 그때의 바람이 아니듯 한번 떠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네가 내 앞에 서 있지만 그때의 너는 이미 아니다 내 가슴을 적시던 너는 없다 네가 보는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다 그때의 너와 난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한번 떠난 것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아,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 그 부질없음이여

詩音律庭園 2019.02.20

한 잔의 차가 생각나는 풍경 / 이정하

한 잔의 차가 생각나는 풍경 / 이정하 잠깐 만나 차 한 잔을 마시고 헤어져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있다 생각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고 꿈과 비전이 통하는 사람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한 사람 눈빛만 보고 있어도 편안해지는 사람 한 잔의 차를 마시고 일어나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 그 약속이 곧 다가오기를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행복을 주는 다정한 사람이 있다

茶香詩카페 2018.09.18

비 오는 날의 일기 / 이정하

비 오는 날의 일기 / 이정하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하루종일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이런 날 내 마음은 어느 후미진 찻집의 의자를 닮지요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는게 아닙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요 당신을 만난 그날 비가 내렸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니 안녕, 그대여 비만 오면, 소나기라도 뿌리는 이런 밤이면 그 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없이 흐려집니다 그럴수록 난 당신이 그립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안녕, 그대여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비가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아요

비雨좋은시 2018.08.09

이 밤도 그대를 보고싶어 애태우는 / 이정하

이 밤도 그대를 보고싶어 애태우는 / 이정하 내 사는 곳에서 바람 불어오거든 그대여 그대가 그리워 흔들리는 내 마음인 줄 아십시요 내 사는 곳에서 유난히 별빛 반짝이거든 그대여, 이 밤도 그대를 보고 싶어 애태우는 내 마음인 줄 아십시요 그대여 내 사는 곳에서 행여 안개가 밀려오거든 그대를 잊고자 몸부림치는 내 마음인 줄 아십시요 내 아픈 마음인 줄 아십시요

詩音律庭園 2008.04.20

한 사람을 사랑했네 1 / 이정하

한 사람을 사랑했네 1 / 이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 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 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

詩音律庭園 2008.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