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19,20,21 / 이해인 19. 당신이 안 보이는 날 울지 않으려고 올려다 본 하늘 위에 착한 새 한 마리 날으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 無言의 높고 재빠른 그 나래짓처럼 20. 당신은 내 안에 깊은 우물 하나 파 놓으시고 물은 거저 주시지 않습니다 찾아야 주십니다 당신이 아니고는 채울 수 없는 갈증 당신은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샘 돌아서면 즉시 목이 마른 샘 당신 앞엔 목마르지 않은 날 하루도 없습니다 21. 이 가을엔 안팎으로 많은 것을 떠나보냈습니다 원해서 가진 가난한 마음 후회롭지 않도록 나는 산새처럼 기도합니다 詩도 못 쓰고 나뭇잎만 주워도 풍요로운 가을날 초승달에서 차오르던 내 사랑의 보름달도 어느새 다시 그믐달이 되었습니다 아래 세 점의 그림은 조선시대 혜원 신윤복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