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무엇이라 이름 붙일까 / 권대웅 진달래 분홍 꽃 이름을 '문득'이라 불러본다 어느 한적한 골목길에 피어난 목련꽃을 ‘홀연’이라 이름 붙여본다 담장에 삐쭉 나오는 개나리를 '불현듯'이라 불러본다 봄밤에 핀 벚꽃을 '와락'이라 불러본다 그렇게 문득, 홀연, 불현듯, 와락, 봄꽃이 왔다 저 꽃을 기다렸던 모든 것들과 저 꽃을 차마 보지 못하고 간 것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올봄 통풍처럼 불어오며 기억을 아프게 할 바람을 ‘화들짝’이라 부르자 비틀거리며 간신히 내려오는 햇빛 한 줌을 ‘울컥’이라고 부르자 저 생에서 날아오는 새들을 ‘속절없이’라고 부르자 지평선 너머 먼 구름을 ‘멍하니’라고 부르자 그 구름을 바라보고 울고 있는 당신을 ‘하염없이’라고 부르자 지나간 그 겨울을 ‘우두커니’라고 부르자 겨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