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웅 2

삶을 무엇이라 이름 붙일까 / 권대웅

삶을 무엇이라 이름 붙일까 / 권대웅 진달래 분홍 꽃 이름을 '문득'이라 불러본다 어느 한적한 골목길에 피어난 목련꽃을 ‘홀연’이라 이름 붙여본다 담장에 삐쭉 나오는 개나리를 '불현듯'이라 불러본다 봄밤에 핀 벚꽃을 '와락'이라 불러본다 그렇게 문득, 홀연, 불현듯, 와락, 봄꽃이 왔다 저 꽃을 기다렸던 모든 것들과 저 꽃을 차마 보지 못하고 간 것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올봄 통풍처럼 불어오며 기억을 아프게 할 바람을 ‘화들짝’이라 부르자 비틀거리며 간신히 내려오는 햇빛 한 줌을 ‘울컥’이라고 부르자 저 생에서 날아오는 새들을 ‘속절없이’라고 부르자 지평선 너머 먼 구름을 ‘멍하니’라고 부르자 그 구름을 바라보고 울고 있는 당신을 ‘하염없이’라고 부르자 지나간 그 겨울을 ‘우두커니’라고 부르자 겨울을..

詩音律庭園 2018.08.18

삶을 문득이라 부르자 / 권대웅

삶을 문득이라 부르자 / 권대웅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오전 낯선 골목길 담장 아래를 걷다가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는 순간, 내가 저 꽃나무였고 꽃나무가 나였던 것 같은 생각 화들짝 놀라 꽃나무 바라보는 순간 짧게 내가 기억나려던 순간 아, 햇빛은 어느새 비밀을 잠그며 꽃잎 속으로 스며들고 까마득하게 내 생은 잊어버렸네 낯선 담장집 문틈으로 기우뚱 머뭇거리는 구름 머나 먼 하늘 언젠가 한 번 와 본 것 같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고요한 골목길 문득 바라보니 문득 피었다 사라져버린 꽃잎처럼 햇빛 눈부신 봄날, 문득 지나가는 또 한 생이여 * 원작과는 달리 행과 연은 제가 임의로 나누어 시인님에게 죄송합니다 ** image 출처 : 비바윤정 / 대동골목 / http://vivayoonjeong.t..

詩音律庭園 201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