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비 내리고 / 장만호 굵은 비 내리고 나는 먼 곳을 생각하다가 내리는 비를 마음으로만 맞다가 칼국수 생각이 났지요 아시죠, 당신, 내 어설픈 솜씨를 감자와 호박은 너무 익어 무르고 칼국수는 덜 익어 단단하고 그래서 나는 더욱 오래 끓여야 했습니다 기억하나요, 당신 당신을 향해 마음 끓이던 날 우리가 서로 너무 익었거나 덜 익었던 그때 당신의 안에서 퍼져가던 내 마음 칼국수처럼 굵은 비 내리고 나는 양푼 같은 방 안에서 조용히 퍼져갑니다 장만호 시인 1970년 전북 무주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등단 시집『무서운 속도』 저서『한국시와 시인의 선택』 2008년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