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까지는 가야 한다 / 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
이기철 시인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영남대 국문과, 동대학원 국문학 박사
1972년 『현대문학』에「오월에 들른 고향」등으로 등단
1976년부터 『자유시』 동인
대구시인협회 회장
뉴욕주립대 방문교수
영남대 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영남어문학회 회장
시집
『낱말 추적』 『청산행』 『전쟁과 평화』
『우수의 이불을 덮고』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시민일기』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열하를 향하여』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무, 나의 모국어』『노래마다 눈물이 묻어있다』
에세이집 『손수건에 싼 편지』
저서『시학』『작가연구의 실천』
스무 번째 시집『산산수수화화초초』출판기념회에서 가족사진(2019년 1월27일)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1),
대구문학상(1986), 금복문화예술상(1990),
도천문학상(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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