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테너 박인수, 가수 이동원
(정지용 시, 김희갑 곡)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 곡은 가수 이동원이 어느 날 들런
서울 여의도 한 책방에서 시인 정지용의 <향수>를 읽고
우릿말의 아름다움에 반해 대중가요 작곡가 김희갑에게 곡을 의뢰하고
테너 박인수에게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요청한 열정과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박인수의 결단이 더해 탄생합니다
김희갑은 처음에는 그의 청을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합니다
운을 살리기도 힘들고 시가 길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시에는 대중가요 가수와 클래식 가수가
같이 설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김희갑은 많이 곤혹스러웠지만
8개월의 시간이 걸려 이 크로스오버 곡이 완성되기에 이릅니다
정지용이 시 <향수>를 1927년에 발표한 이후
62년이 지난 1989년 테너 박인수와 대중가요가수 이동원 듀엣의 노래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애틋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널리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향수>는 장르의 벽을 넘은 열린음악회 프로그램이 생겨나는데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되며
<향수>와 열린음악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곡이 일반인들에게 친숙해지는
가곡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데에 공헌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편집 : 윤슬 성두석 ***